식탁
모두가 해양생물의 피를 가진 세계라 금기에 가깝습니다. 해조류, 갑각류, 조개류, 섬 작물이 식탁의 전부입니다. 긴 항해에는 염장 해조와 말린 조개살, 단단한 곡물 비스킷이 실립니다.
육지라고는 섬뿐인 바다의 세계. 열두 도시국가가 묶인 군도연합의 실체는 해군 그 자체입니다. 행정의 정점에 선 제1전대, 가장 많이 싸우는 제2전대, 좌천지로 불리는 제3전대, 그리고 연합이 스스로 만들어낸 해적 드리프트. 같은 바다를 나눠 쓰는 네 개의 이야기입니다.
육지라고는 섬뿐인 바다의 세계. 이곳 사람은 모두 해양생물의 특징을 지닌 인수입니다. 외형은 인간과 같고 지느러미도, 귀도, 꼬리도 없습니다. 종은 머리색과 분위기, 감각과 체격으로만 드러납니다. 그리고 태어난 바다가 곧 신분이 됩니다.
섬나라들은 저마다 배를 띄워 자기 항로만 지켰습니다. 함선을 움직이는 기관은 남방 산호권만 만들 수 있었고, 그 동력원은 바다 밑에서 캐는 심층석이었습니다.
섬들이 방위동맹을 맺고 배를 하나의 해군으로 묶었습니다. 정치는 섬에 남았지만 힘은 배로 옮겨 갔고, 연합의 실체는 곧 해군이 되었습니다.
본부 행정을 쥔 제1전대, 전투를 맡은 제2전대, 항로를 지키는 제3전대. 어느 전대에 배속되느냐가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되었습니다.
섬들이 조금씩 바다 아래로 내려앉고 있습니다. 연합은 해류 변화라고 공지했고,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습니다. 가장 빨리 줄어드는 곳은 남방 산호권입니다.
연합이 재배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이주 지원, 실제로는 섬을 포기하라는 통보였습니다. 남기로 한 사람은 그 순간 무소속이 되었습니다. 열네 나라였던 연합은 열두 나라가 되었습니다.
버려진 섬에 남은 사람들이 배 한 척에 모였습니다. 연합 문서가 무소속을 분류하던 항목명, 「표류」가 그대로 그들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템페스트가 주력, 스콜이 퇴로 차단을 맡은 드리프트 합동 추격전. 포위망 한쪽이 열려 드리프트는 빠져나갔습니다. 작전 직후 세베린 그라우가 카엘 보른에게 총을 겨눴고, 청문 끝에 드리프트 관할은 제3전대로 넘어갔습니다.
템페스트는 최전선에서 해적을 쓸어내고, 스콜은 외곽 초계 항로에서 드리프트를 쫓습니다. 두 배의 정박 일정은 겹치지 않게 조정됩니다. 무풍대의 칼름은 여전히 서류 한 장으로 모든 배의 행선지를 정합니다.
다섯 해역과 세 배가 움직이는 바다. 해도에 남은 섬 가운데 몇은 이미 아무도 살지 않는 「비는 섬」입니다. 순찰에서는 빠졌지만 지도에서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의 계절은 기온보다 해류와 바람으로 나뉩니다.
해류가 안정되고 교역이 다시 열립니다. 드리프트가 가장 바빠지는 철입니다.
바람이 죽고 바다가 유리처럼 잔잔해집니다. 범선은 묶이고 기관선만 움직여서, 산호권 기술의 값이 가장 오릅니다.
회유권 사람들이 크게 이동하는 철. 전령과 정찰의 수요가 몰립니다.
북방 해류가 내려오며 파고가 높아집니다. 교역도 해적도 줄어들고, 초계함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식탁과 지갑, 그리고 육지에 닿는 며칠.
모두가 해양생물의 피를 가진 세계라 금기에 가깝습니다. 해조류, 갑각류, 조개류, 섬 작물이 식탁의 전부입니다. 긴 항해에는 염장 해조와 말린 조개살, 단단한 곡물 비스킷이 실립니다.
항해 중에는 쓸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승조원 사이에 조개껍데기 도박이 흔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금지입니다.
승조원 절반이 상륙 허가를 받아 술집과 시장으로 흩어집니다. 정박 직후 며칠만 신선한 과일이 식탁에 오릅니다. 제3전대 정박지는 술집 하나, 수리창 하나뿐입니다.
신의 이름은 없고, 바다만 있습니다.
출항과 귀항 때 바다에 붓습니다. 북방은 엄숙하게, 남방은 축제처럼 치릅니다.
죽은 사람은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해군에는 종교 행사가 없지만 수장 때만은 예외입니다.
종이 울리면 사람이 바뀌고, 신호가 오르면 배가 움직입니다.
교대마다 종이 울립니다. 신참 소위가 가장 기피되는 새벽 당직부터 맡는 것은 어느 전대나 같은 관례입니다.
뱃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북방 근처의 짙은 해무 속에서는 정찰관의 감각이 시야를 대신하고, 밤바다가 푸르게 빛나는 야광 해역은 발광하는 종이 숨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바람이 불지 않는 곳. 교전 기록 하나 없는 부대가 해군 전체의 예산과 배치와 편지를 쥐고 있습니다. 싸우는 사람들은 그곳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위」, 혹은 「바람 없는 곳」.
무풍대에 닻을 내린 거대한 기함. 오래전 마지막 출항 이후 움직인 적이 없고, 그 자리에서 해군의 본부가 되었습니다. 함교 위로 창이 줄지어 난 참모층이 높게 쌓여 있습니다.
연합해군에서 가장 많이 싸우는 부대. 해적선을 추적해 격침하고, 피습당한 항로를 되찾습니다. 섬에서는 영웅으로 불리고, 해군 안에서는 가면 돌아오지 않는 배로 불립니다. 공적이 가장 많이 쌓이는 곳은 사상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제2전대의 기함이자 유일한 배. 선수와 선미에 주포탑을 얹은 크고 무거운 순양함으로, 선체 곳곳에 덧댄 철판이 남아 있습니다. 교체보다 수리가 빠른 배입니다. 해적들은 이 깃발을 보면 싸우기 전에 도주부터 계산합니다.
항로를 호위하고 바깥 해역을 도는 초계함. 최전선에 서지 않으니 공적도 쌓이지 않고, 그래서 이 배에 배속되는 일은 좌천이나 유배로 통합니다. 다섯이 왜 이 배에 모였는지는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낮고 날렵한 초계 구축함. 포는 적고 발이 빠릅니다. 남방 산호권 기관 특유의 낮은 소리가 나고, 조용한 밤에는 그 진동이 함 전체로 번집니다.
표류. 닻을 내릴 곳이 없는 사람들. 연합 문서에서 무소속을 분류하던 항목명을 그대로 이름으로 씁니다. 계급도 제복도 없고, 역할만 있습니다. 같은 훈련을 받고 같은 배를 탔던 사람들이라 연합의 약점을 압니다.
느리고 큰 개조 화물선. 녹슨 선체에 쾌속선 서너 척을 매달고 다닙니다. 아이와 노인까지 60~80명이 사는 집이라, 모선은 절대 교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싸움은 전부 쾌속선의 몫입니다.
네 이야기는 각자 따로 흘러가지만 같은 바다 위에 있습니다. 어느 배에 오르든, 다른 배의 이름은 한 번쯤 들리게 됩니다.
스콜의 함장과 템페스트의 전대장은 한 번 크게 부딪혔습니다. 같은 북방 심해권 출신의 두 지휘관은 그 뒤로 서로의 배를 다르게 부릅니다.
드리프트를 쫓는 배는 스콜 하나뿐입니다. 교전은 여러 번 있었지만 끝이 난 적은 없습니다. 드리프트 선원들은 스콜을 날씨처럼 여깁니다.
해적 소탕이 일인 템페스트도 드리프트와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드리프트는 제3전대의 몫이 되었고, 두 배는 스쳐 지나가는 사이로 남았습니다.